폴아웃 모드 서바이벌 이야기 (2) 게임과 스팀

폴아웃 4를 한 폭의 팬아트로 요약한 걸작. (원본 링크)


물이라는 소재 하나 가지고 글을 풀어본만큼 나머지도 차근차근 이야기해봐야죠. 그 첫번째는 전투/회복 메커니즘.


전투 난이도를 설정하는 기본은 역시 적 체력과 공격력을 조절하는 겁니다. 이 둘을 조절하는 인위적 밸런싱은 플레이어가 이해하기도 쉽고 '만들기도 쉽지만'(또 중요) 잘못 건드리면 밸런스가 통째로 박살난다는 단점이 심하죠. 적은 내 총알을 무슨 스펀지마냥 빨아먹는데 난 일격 한방에 골로 간다든가... 이게 좀 심해지면 장비/스킬 측면에서 특정 세팅을 강요하니 플레이어들의 다양한 선택을 깎아먹기도 하죠.


2000년대 폴아웃(택틱스나 '그' 게임은 제외합니다.)의 첫타자 폴아웃 3부터 뉴 베가스까지 엔진의 한계를 못 넘었지만 폴아웃 4에서 추가된 다양한 요소들은 전투를 비교적 흥미있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시원시원하게 진행되어도 전작 하드코어 모드는 없었으니 아쉬운 느낌이 남았죠. 스팀팩 하나만 꼽아도 전신불구에서 해방된다든가, 맨몸으로 미사일 수백발을 거뜬히 들고 다닌다든가 그런 것처럼요. 서바이벌 모드가 추가되며 상기한 요소들이 부활하여 기대를 부풀렸지만 베데스다 특유의 병맛넘치는 난이도 설정은 절 다시 좌절시켰죠.


첫 번째는 난이도 고정. 뉴 베가스에서 보여준 하드코어 모드/난이도 분리가 없어진건 아쉽지만 이건 난이도 밸런싱이 잘 해결되었을 경우 보완이 가능했을겁니다. 하지만 전투 난이도는 인위적인 피해량 조절로 최고난이도 고정. 내가 적에게 입히는 데미지는 별 차이 없지만 적은 뭔 짓을 하든 플레이어를 매우 쉽게 죽입니다. 운없이 맞은 파이프 라이플 몇 발, 또는 콜옵 월드앳워급으로 매우 정확하게 날아오는 화염병 한 방으로 게임진행은 공중분해행. 맞아가면서 스팀팩빨로 버티는 것도 회복 시스템이 변경되어서 전보다 훨씬 힘들죠. 회복율이 적 화력을 쫒아가지 못한다는 단 하나의 치명적인 문제 때문에요.


결국 전투를 그나마 쉽게 풀어나가는 방법은 둘. 첫 번째는 제한된 기동시간+퓨전 코어 무게를 감수하고 파워 아머에 탑승하는 것. 도움은 되지만 빠른 이동이 사라진 관계로 퓨전 코어 소모량이 훨씬 늘어나 유지관리에 애로사항이 발생하죠. 또 하나는 은신에 퍽을 투자하여 소음 저격+암살로 적 반격을 받지 않는법. 후자 효율이 워낙 좋으니 다른 육성법을 써먹기 어려워집니다. 서바이벌 모드의 전투는 세이브 제한+피해량/회복량 페널티가 겹쳐서 리스크가 너무 높아진 반면 파훼법은 극히 제한된 경우에요. 페이데이 2에서 새로 추가된 원 다운 난이도와 비슷한 단점을 가졌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쪽은 계속 헤딩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중과부적... 


이걸 그나마 미쳐돌아가지 않는 선으로 고치는건 몹시 쉬워요. 그냥 서바이벌 모드의 추가요소들과 게임 내 난이도 조절을 분리하게 만드는 거죠. 베데스다가 서바이벌 난이도를 넣을때 '최고난이도'라는 특징에 집착하여 이리 된 것 같지만요.



AAA 게임도 영화 기반 게임도 인디 게임도 오픈월드 떡칠!


게임 내 구현된 광대한 세계를 탐험하는건 대단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한 일이기도 하죠. 오픈월드 내 컨텐츠 밀집도의 불균형은 레벨 디자인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이상 해결하기 힘드니까요. 그런 만큼 대다수의 게임은 세계 곳곳을 이동하면서도 흥미를 잃지 않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을 준비합니다. 이는 주로 두 가지로 나눌수 있겠는데 하나는 이동 수단, 다른 하나는 관심 지점이겠죠.


관심 지점은 대개 게임의 핵심 컨텐츠와 거리를 둡니다. 주요 목표가 A에서 B로 이동하는 와중에 들르면서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거니까요. 미니 던젼, 지역기반 랜덤 인카운터, 수집물... 오픈월드 게임에서 플레이타임을 늘리는데 가장 유용한 수단이지만 몇몇 사람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거나 하나하나 밝히는 와중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죠. 

본래부터 풍족했던 폴아웃 4의 관심 지점은 서바이벌 모드에서 두 가지 주요 변화를 겪게 됩니다. 직접적인 변경점으로는 나침반에 드러나는 맵 마커 반경이 매우 좁아졌습니다. 바닐라에서 생각없이 돌아다니다 맵 마커만 쫒아다니면 멀리서 보지도 못한 랜드마크를 발견하기 일쑤였는데 이제 그런건 없죠. 탐험에 난이도를 부여하면서도 이를 극복할 수단(나침반, 지형지물, 핍보이 지도)를 배치한 것은 긍정적으로 여깁니다.

간접적으로는 피로 시스템이 추가되며 주요 거점 내 소품 1호로 여겨진 침대가 중요한 임시 거점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그곳에서만 세이브가 가능하니까요. 정착지라면 그 가치는 두말할 필요가 없고요. 보급, 재정비에 전리품 처분까지 서바이벌 모드의 거의 모든 페널티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잡게 되니까요. 빌리징에 강력한 동기부여를 해주는건 개인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이전부터 마을 짓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이를 반길까는 의심되네요.

세이브가 제한되었지만 초반부까진 교외-시가지를 탐험하게 되는 관계로 제때제때 침대/매트리스를 찾으면 초심자들도 어느 정도는 불편한 요소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적이 드문 몇몇 지역에선 침대 = 세이브가 제약되는 관계로 플레이어에게 큰 부담으로 전달되죠. 모드로 구현된 캠핑이나 론섬 로드에서 소개된 침낭 같은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만 그런건 없는 관계로 그냥 죽지 않는게 상책. 근데 빛나는 바다 + 서바이벌 모드에서 그게 쉬울까요? 


GTA 시리즈같은 몇몇 케이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오픈월드 게임에선 '탈것'과 '거점 간 이동' 시스템을 모두 탑재합니다. 탈것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전반적인 이동 효율을 높여주는 대신 그것뿐이고, 거점 간 이동은 맵 한쪽에서 반대쪽까지 몇 초의 로딩으로 때울수 있는 대신 이동 가능한 지역에 제한이 따르죠. 이 시스템들이 잘 갖춰지면 플레이 동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꼬여도 충분히 극복할수 있죠.

말, 마차, 맵 내 빠른 이동, 심지어 용까지 타고 다닐수 있는 엘더 스크롤 시리즈에 비해 2000년대 폴아웃의 이동 수단은 '핍보이 내 빠른 이동' 외엔 별로 없습니다. 폴아웃 4 와서 버티버드가 추가되었는데 이건 탈것보단 빠른 이동에 가까운 요소니까요. 어찌 보면 스카이림 내 마차와 비슷한 역할인데, 그것과 비교했을때 특정 스토리라인을 따라가야 해금할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 대신 출발점에 거의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죠. 서바이벌 모드 내 빠른 이동 제약도 현실적인 도전요소에 이를 극복할 수단으로 버티버드가 제시되는 만큼 괜찮은 변화지만, 단 하나의 게임 설계 오류 때문에 빛바래게 됩니다.

The Horror... The Horror...


폴아웃 4에서 유저의 성향을 막론하고 가장 짜증나는 시스템으로 꼽히는 '정착지 방어' 때문이죠. 플레이어와 가장 가까운 정착지에 이 일이 생기면 다행이지만, 만약 맵 반대편에서 이 일이 터졌는데 버티버드 소환 아이템이 없다? 페널티로 기물 파손! 정착지 사망!


이리 짜증나는 특징 덕분에 유저들이 알아서 모드를 내놓고 있습니다.(슬프게도 베데스다는 모드 활성화시 모든 도전과제 달성 불가능이라는 페널티를 걸었습니다. 유저들은 기어코 이걸 또 무력화시키는 모드를 내놨지만.) 몇몇 모드는 서바이벌 모드의 도전 요소를 해치지도 않고 탐험에 도움을 주는 요소들을 넣는데, 폴아웃 3에서 등장한 지하철 간 이동을 부활시키거나 정착지 보급선 간 이동 가능 같은 것들이 있죠. 이외 여러 모드들이 있으니 베데스다의 밸런싱이 짜증난다 싶으신 분들은 이용하세요. 저도 그러고 있으니까요. :|


무게 제한도 뉴 베가스의 Jsawyer 모드처럼 전략적 선택을 강요하는 도전 요소가 될 수도 있죠. 만약 빌리징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요. 탄약에 무기 들고 다니기도 버거운데 소화기니 양동이 같은걸 들고다닐 여유가 있을까요? 아주 못해먹을건 아니지만 Strong Back 퍽의 중요성이 훠어어어얼씬 높아졌을 따름이죠.

베데스다 특유의 에센셜 떡칠 덕분에 뉴 베가스마냥 동료들이 진짜 사망하는건 돌아오지 않았지만, 비슷한 요소는 돌아왔죠. 만약 동료의 체력이 전부 소진되어 다운되었을때 스팀팩/로봇 수리장치로 치유하지 않으면 배정된 정착지/집으로 돌아갑니다. 오토마트론 같은 경우에는 네임드 제외 파☆괴. 기본 치유수단만 꾸준히 갖춰주면 별 문제도 없으니 좋은 변화점입니다.

아드레날린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추가되었는데, 매 5킬마다 플레이어 공격력이 5퍼센트씩 최대 50퍼센트까지 상승하고 취침시 보너스가 초기화되는 시스템입니다. 서바이벌 모드에서 플레이어가 입는 피해가 극대화된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겠죠. 결국엔 빨리 죽이는 만큼 빨리 죽는건 달라진게 없지만요.


결론은... 모드를 까세요. 모드를 깔아도 '도전과제 불가능을 무력화시키는 모드'를 시스템상 못까는 콘솔 유저들에겐 행운만 빌어야 겠지만요.



덧글

  • 4534534 2016/10/25 13:01 # 삭제 답글

    폴아웃 4 = 병신
  • 쾅독수리 2016/10/25 21:22 #

    뉴베에 비한다면 확실히...
  • nolifer 2016/10/29 16:49 # 답글

    폴아웃4의 새로운 이름 = 똥오줌4
    그리고 좆비전은 AAA게임이 절-대로 아닙니다. 똥오줌4보다도 못한 완벽한 쓰레기 겜이무니다.
    제 스팀 계정 걸어도 좋음 ㅡㅡ
  • 쾅독수리 2016/10/30 07:29 #

    여기서 AAA 게임의 기준은 게임 퀄을 떠나서 유명 게임회사가 거액을 들여 개발/유통했냐는거라... 그리고 전 폴아웃 4를 '돈값'하는 게임으로 좋게 보고 있습니다. 물론 제 인생게임 중 하나인 뉴 베가스에 비교한다면 실망의 연속이지만 폴아웃 3와 비슷하게 게임 자체로는 즐길 거리가 많거든요.
  • nolifer 2016/10/30 07:45 #

    제가 AAA게임의 개념을 잘못 알고 있었네요;; 이 점은 죄송합니다.
    사실 폴아웃4도 모드 떡칠하면서 몇회차 할 정도의 수준이지만 스토리나 모션등등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어서 다들 똥오줌이라 부르는거지
    이것만 해결됐으면 그냥저냥인 중박이 아니라 최소 고티 한두개쯤은 얻어갈 수 있었을겁니다.
    물론 고티받기엔 이미 늦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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