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아웃 4 서바이벌 모드 이야기 (1) 게임과 스팀

이번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썰 하나 풀어볼까요.

세상에 널린 수많은 게임들을 구분하는 기준은 다양합니다. 

그 중 난이도를 기준으로 잡는다면 크게 둘로 양분될텐데, '캐주얼'과 '하드코어'가 되겠죠. 그 기준점을 간단히 둘로 요약한다면 '접근성'과 '목표점'으로 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낮은 접근성과 높은 목표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케이스도 어렵잖게 찾을수 있겠지만 둘은 보통 비례하는 편입니다. 당연하겠지만 게임의 완성도는 이 둘과 별개의 존재.(중요)

낮은 접근성과 목표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컨텐츠를 가진 게임은 느긋한 여가를 원하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정반대의 컨셉을 가지면 게임에 깊게 파고드는 매니아들에게 오락성과 성취감을 보장하여 팬으로 끌어들이는 거죠.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시스템, 개발철학이 확실한 세계관, 다양한 파훼법을 가진 어려운 도전이라는 특징은 1980년대 출시된 웨이스트랜드에 모태를 둔 폴아웃 1, 2를 '하드코어' 게임으로 분류하게 만들수 있죠. 블랙아일 스튜디오가 제작한 클래식 RPG에 충실한 클래식 폴아웃으로 지금도 꾸준히 언급되는 명작들입니다.


근래 관심을 가지고 있는 폴아웃 3 아트북. 게임조차 녹색 필터투성이인데 책조차 이렇다니!

그러나 블랙아일 스튜디오를 산하에 둔 인터플레이의 자금난으로 폴아웃 프렌차이즈가 베데스다로 넘어오면서 심대한 변화를 겪게 됩니다. 폴아웃 3. 베데스다 아트팀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와 수려한 묘사 덕분에 디자인적으론 같은 폴아웃 시리즈라는걸 인지할수 있지만, 게임 시스템으로썬... 좋다 나쁘다의 여부를 넘어 그냥 너무 달라졌어요. 스토리 기반의 하드코어 고전 RPG에서 탐험 기반의 캐주얼 액션 어드벤쳐로요. 

폴아웃 4에서도 반복된 여러 특징과 문제점을 생각해보면 폴아웃을 엘더 스크롤처럼 만들었다고 하는게 가장 적절할겁니다. 둘은 비슷해보여도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 물건인데도 말이죠. 이게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오블리비언이나 3이나 괜찮은 게임인만큼 지금과 달리 이때는 평가는 후했죠. 변화점과 그로 야기된 단점을 인지한 클래식 팬들이 지적해봐야 이땐 별로 의미없었습니다. 클래식 팬들은 고사 직전이였고, 3로 유입된 캐주얼 게이머들에겐 규모로 비할 바가 못되었으니까요. 



Left my heart in New Vegas (링크)

아이러니하게도, 클래식 팬들의 반감을 산 폴아웃 3의 상업적 성공은 그들에게 긍정적인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블랙아일의 방계 후손인 옵시디언 엔터테이먼트가 3 기반의 외전작 폴아웃: 뉴 베가스를 내놓으면서요. 폴아웃 3에서 프렌차이즈 정체성에 제기된 문제점도 대부분 만회했고, 3에서 제시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클래식 RPG의 하드코어한 요소들을 부활시켰죠. 결정적으로 폴아웃 시리즈에서 가장 멋진 갑옷까지 새로 소개되었죠. 어찌나 멋진지 본편과는 전혀 상관도 없는 폴아웃 쉘터에도 갑옷 바리에이션이나마 등장할 정도라니까요!

클래식 폴아웃에 충실한 신작은 곧 폴아웃 시리즈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줬습니다. 3 당시만 해도 고사해가던 클래식 팬들도 뉴 베가스를 통해 신규 인원들을 수급했고, 엘더 스크롤 신작의 전례없는 성공은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질 폴아웃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키웠죠. 뉴 베가스에서 보여준 모든 좋았던 점들을 새 폴아웃에도 이어받아 스카이림 기반으로 만든다? 대박은 따놓은 당상이죠. 그러니 제발 뉴베가스 리마스터링좀 이 기대를 이어받아 2015년 E3에서 공개된 폴아웃 4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저도 11월 11일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요약하면 베데스다판 폴아웃 Mk. 2. 제작진이 노력을 들인 파트에선 치밀한 완성도를 느낄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파트에선 무성의의 극치를 찍습니다. 나머지는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맡기도록 하죠.


암튼 발매 이후 몇 달이 지나자 베데스다에서 폴아웃 4용 서바이벌 모드를 발표했습니다. 뉴 베가스에서 도입된 하드코어 모드를 바탕으로 난이도, 탐험 조절과 신요소를 도입하여 기존의 가벼운 게임플레이를 일신할거라 예상되었습니다. 일부 요소만 도입되고 나머지는 3과 차이가 조금밖에 나지 않는 시스템에 실망했던 사람들에게 희소식이였죠. 나오고 보니 게임이 전작 하드코어 모드보다도 빡빡해지고 플레이어들에게 어려운 도전을 내밀었지만....... 모드 내 준비된 요소들이 도전과 성취감을 위해 공정하다고 말할수 있을까요? 전 '공정한 도전'과 '게임이 플레이어를 엿먹인다'를 구분할수 있거든요.

새로 추가된 질병 요소나, 난이도 고정이나, 빠른 이동 및 저장 제약은 하드코어한 도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솔깃한 추가점입니다. 저도 뉴 베가스를 즐길때 프로젝트 네바다, JSawyer 모드를 추가해도 성에 차지 않아서 기분 날때마다 빠른 이동이나 세이브를 스스로 자제하면서 즐겼거든요. 그래도 게임을 즐기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죠. 원래부터 하드코어 모드에 맞춰 게임이 제작되었으니까요. 그러나 폴아웃 4처럼 '캐주얼 액션 어드벤쳐'에 빡빡하게 맞춰진 물건에 적용하려면 손 볼 곳이 한둘은 아니겠죠.

이번 서바이벌 모드와 깊은 연관이 있을지도?

서바이벌 모드를 켜고, 볼트 111을 탈출하며 플레이어들은 두 요소를 배우게 됩니다. 버려진 볼트 내 빈 병들을 이용해 취수대에서 물을 채우는 것 하나.(이는 다른 수원지에서도 가능) 또 하나는 날고기/약물을 섭취하거나 야생동물에게 습격당할때 질병에 걸릴수 있다는거죠. 전자는 올ㅋ 정도로 넘길수 있겠지만 후자는 플레이어에게 꽤 심각한 페널티로 다가옵니다. 바닐라 게임에 있던 방사능 페널티와 약물 페널티와는 격을 달리하는 물건으로요.

이 아이디어 자체는 훌륭해요. 파크라이 2, DayZ의 그것처럼 현실성을 추구하는 생존 시스템으로 많은 폴아웃 팬들이 기존 게임에 모드로 도입하기도 했지요. 대처법도 예방약이나 항생제, 깨끗한 물과 음식처럼 짜잘한 요소들이 많아 선택권이 충분하고요. 문제는 이 요소들이 맞물릴때 초반부를 풀어나가는 플레이어들에게 발암요소로 적용한다는 겁니다. 

질병은 걸리기 쉽지만 페널티를 해소하는건 (초반부 한정으로) 매우 힘들다는게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질병 치유수단은 단 둘, 항생제와 의사양반의 치료입니다. 항생제 드랍율부터 체감상 극악의 확률이거든요.(전 걸어다니는 병동꼴로 황무지를 헤메다가 렉싱턴의 버려진 약국에서 간신히 찾았습니다! 그 와중에 스팀팩과 라드어웨이는 십몇개씩...) 생추어리 힐즈의 행상인이나 드럼린 다이너의 상인에게 구입하려고 해도 가격이 초반에는 버거운 수백캡. 만드려고 해도 특정 퍽까지 요구하니... 

질병 페널티는 추가적인 보급품 소모를 강요하는 허기/갈증/피로 상승치 증폭부터 초반부엔 걸리면 그야말로 끝장인 DoT까지 있습니다. 전자가 의외로 골때리는게 질병에 걸려서 더 많은 식료품이 필요한데 오염된 걸 먹으면 또 다른 질병에 감염. 견디기 참 뭣같아서 값싸게 질병을 치료하려 의사양반을 찾으려고 해도 사전지식이 부족한 플레이어는 다이아몬드 시티까지 가야 찾을수 있습니다. 정착지에 의사양반을 들여놓으려면 또 퍽을 요구하고요. 

요약하자면 해결방법은 별로 없는데도 트리거수단은 한없이 넘쳐나고 페널티 또한 아스트랄한 시스템이 초반부부터 들이닥친다는 겁니다. 잘 다뤘으면 적당히 플레이어를 압박하면서도 선택과 현실성을 전달했을텐데 너무 전자에 집중한 느낌이에요. 제가 개인적으로 제시하는 해결방법은...

1. 의사양반들을 초반부 곳곳에 배치하여 압박을 완화한다. 이건 사실 베데스다가 빌리징을 위해 주요 지역들을 휑하게 비워놓은게 웬수라서... 모하비 황무지의 남부에도 마을이 넘쳐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굿스프링의 미첼, 노박의 의사처럼 주요 포인트에 적절히 배치되었죠. 초반부만 먼저 언급한다면 생추어리 힐즈/드럼린 다이너/케임브리지 경찰서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의사양반을 굳이 배치하기 싫다면야 항생제 얻는걸 쉽게 만들수도 있고요.

2. 퍽 배치에 따라 질병을 극복할 수단을 마련한다. 물론 질병 면역이나 페널티 완화같은건 시스템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관계로 곤란할테고, 아마 지구력(E)쪽의 몇몇 퍽에 감염 확률을 감소시키는게 있겠지요. 


회복/전투 난이도 조절, 저장/탐험 페널티, 기타 자잘한 요소들은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죠. 



덧글

  • 타마 2016/09/30 15:15 # 답글

    너무 무식하게 어려워졌다는 거군요... 더롱다크 최고난이도 느낌?
  • 쾅독수리 2016/10/01 12:01 #

    최고난이도라고 하지만 어려워도 너무 어렵습니다... 다크소울까진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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